"코로나로 황폐해진 내면에 꽃씨 심었죠"

입력 2020-03-30 14:26   수정 2020-03-31 00:28

‘아직도 닭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폐허의 밤/삶이 아무리 아파도/상한 갈대가 꽃으로 피어나게 하시고/부러진 갈대가 밤하늘의 별이 되어 떠오르게 하소서’(기도시 ‘갈대가 별이 되게 하소서’ 중)

중견 시인 소강석 목사(58·새에덴교회·사진)가 열 번째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시선사 펴냄)를 내놓았다. 시선사가 출간하는 ‘한국 대표 서정시 100인선’의 47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현대인을 감성적 시어로 위로하는 시 88편을 담았다. 수록시는 대부분 신작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황폐해진 마음을 다독이는 기도시를 비롯해 ‘코로나19’ ‘손 소독제’ ‘마스크’ 등의 시들이 눈길을 끈다. ‘손 소독제로 손을 씻는다/불안을 씻고 두려움을 씻는다/(중략)숲속의 새가 지저귄다/바이러스를 소독한다고 네 손이 깨끗해질까/너의 옷소매에 묻은 세속의 바이러스가 거룩해질까’(‘손 소독제’ 중)

시인은 숲속 새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어서 숲으로 와서 푸른 향기 스쳐가는 영혼의 소독제를 바르고 가라.” 겨울 불청객으로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를 향해서는 “내가 왕관을 좋아하는지 어찌 알고/이 겨울에 화려한 왕관을 만들어 내게 찾아 왔는지”라며 “미안하다 부디 겨울까지만 머물다가/다시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다오”(‘코로나’ 중)라고 했다. ‘코로나’가 왕관이라는 뜻이라는 데 착안한 시다.

1995년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한 소 목사는 시집 《어느 모자의 초상》과 《다시, 별 헤는 밤》으로 각각 천상병귀천문학대상과 윤동주문학상을 받았다. 맨손으로 교회를 개척해 교인수 5만 명의 대형교회를 일구면서도 자연과 서정의 시어를 놓지 않고 탁마해온 결과다. 소 목사는 “코로나19로 사막화된 세상 속에 꽃씨를 심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며 자신의 시가 한 송이 봄꽃처럼 지친 이들의 가슴을 위로해주기를 소망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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